초기 유연성을 잃자 망가진 한나라 몰락에서 배운 것

성공의 초석: 강한 통제 대신 ‘자율적 회복력’을 택하다

결국 성공 이후의 경직성이 문제였지만, 처음부터 한나라가 경직되진 않았어요. 오히려 몸소 체험해보니까 그들의 성공 비결은 강한 통제 대신 ‘자율적 회복력’을 택한 데 있더라구요.

고조 유방은 폭정으로 무너진 진나라의 교훈을 즉각 반영했습니다. 강력한 중앙 통제 대신 백성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약법삼장’을 내세웠죠. 초기 한나라는 중앙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무위자연’의 통치철학을 채택했습니다. 특히 여태후와 문제·경제 시기(‘문경지치’)에 세율을 획기적으로 낮춰 전례 없는 경제적 번영의 초석을 다졌는데, 이는 통제 대신 ‘스스로 회복할 힘’을 믿은 결과였습니다.

핵심 통치 기조 (문경지치)

• 세율 대폭 인하 (때로는 30분의 1까지 적용)
• 노동력 동원 최소화 및 형벌의 대폭 완화
• 지방 제후국에 대한 자치권 보장

성장의 함정과 내부의 적: 400년 왕조를 무너뜨린 세 가지 실패

하지만 성공은 곧 경직성을 낳았고, 이 경직성이 내부에서부터 제국을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1. 유교 국교화와 호족 성장이 초래한 시스템 경직성

한 무제 시대의 영광 아래, 우리는 숨겨진 함정을 보게 됩니다. 바로 ‘유교’를 국교로 삼은 선택이죠. 겉으론 통치 이념을 확립했지만, 막상 해보니까 이것이 곧 엄청난 계급 사회의 경직성으로 돌아왔어요. 유교 학문이 관료 등용의 유일한 경로가 되면서, 지방의 호족 세력이 이를 독점하고 권력을 대대손손 세습하는 빌미를 제공했죠. 시스템이 완벽해지면서 변화에 둔감해졌고, 유연성을 잃은 조직은 부패에 취약해졌습니다.

2. 왕망의 ‘급진적 이상주의’가 초래한 파국

잘 나가던 한나라에 왕망의 ‘신(新)’나라라는 예상치 못한 파국이 찾아옵니다. 왕망은 유교 경전, 특히 주례에 미친 듯이 집착해서 ‘이상적인 고대 국가’를 만들겠다고 토지 국유화, 화폐 개혁 같은 급진적 개혁을 펼쳤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운 건데, ‘좋은 의도’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거예요. 황하 범람 같은 민생고를 무시하고 이상만 쫓다가 민심을 잃고 결국 15년 만에 삽질로 끝났습니다. 현실과의 괴리가 불러온 대중의 이탈이었습니다.

왕망의 개혁 실패는 호족의 토지 겸병 문제를 심화시켰고, 후한 재건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회 불안의 근본 원인이 되었습니다.

3. 멸망의 최종 단계는 외척과 환관의 ‘시스템 소진’

광무제 유수가 후한을 재건했지만, 진짜 게임체인저는 황제 옆을 차지한 외척과 환관들의 권력 다툼이었습니다. 여러 번 해보면서 느낀 건데, 핵심 시스템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누가 통치하든 무너지게 되어있어요. 이들 내부의 파벌 싸움은 학자/관료 그룹인 청류파와의 당고의 화 같은 대규모 정쟁으로 이어져 국력을 소진시켰습니다. 중앙 통제가 무너지자 지방의 군벌화된 호족이 난립했고, 결국 황건적의 난으로 폭발하며 삼국지라는 파국을 맞이하게 되죠. 대부분 사람들이 놓치는 포인트가 있는데, 한나라는 외부의 힘이 아니라 내부의 부패와 시스템 경직성 때문에 망한 거예요.